눈이 손바닥에 달려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다른 사람의 얼굴은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나 정작 우린 자신의 모습은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가 있지요.
옷을 고를 때 날 나를 날씬하게 비춰주는 옷가게의 거울이나 거리를 지나가 흘낏 바라보는 쇼윈도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지만 실상 환한 조명 아래 나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을 보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요. 있는 그대로 잡티까지 다 보이거든요.
무엇인가를 통해서만 나를 볼 수 있다면 좋은 거울 하나 갖고 싶어요. 내 겉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내가 잘 깨닫지 못하는 속사람까지 비춰주고 진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거울말이지요.
청동거울을 보는 것처럼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나는 희미했어요. 예수님은 나를 밝은 조명 아래서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지요. 그렇게 보이는 날 직면하는 일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어요.
내가 가진 허물과 죄가 그대로 나타났고, 내가 느끼지 못하던 깊은 상처들도 드러나 보였지요. 그건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부끄럽고 견디기 힘든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시는 건 내게 수치를 주시거나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내 상처들을 끌어내심은 치료하고 싸매시기 위함이었고, 내 죄와 허물을 드러내심은 그걸 대신 다 담당하셔서 나로 하여금 새 사람으로 살게 하기 위함이셨지요.
하지만 사실 예수님 앞에 서는 일이 즐거운 까닭은 따로 있답니다. 그는 내 좋은 것들을 비춰 주시거든요. 내가 사랑스럽고 소중한 이유,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사실, 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걸 예수님은 말해주시지요. 그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거울을 보듯 예수님 앞에 나를 보이고 묻는 비밀스런 이유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거울을 들고 나를 말해주지만 나는 날마다 예수님 앞에 서서 나를 비춘답니다. 예수님 앞에서 나는 날마다 새사람으로 갈아입거든요.
예수 믿으세요. 글쓴이 이종혜 / 수필가
♬ You raise me u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