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생에 최고의 만찬♡
"선생님께 밥 한 그릇 사드리고 싶어요."
입대를 앞둔 현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야 이놈아 ,내가 밥을 사줘야지, 네가 밥을 사줘?
아니예요. 선생님, 저 선생님 밥 사드리려고 돈 모아 놨어요.
그 녀석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 잘 알면서 밥을 얻어 먹을 순 없습니다.
약속한 날, 같이 고기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간까지도 밥값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수는 식당에서 밤 11시까지 일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그런 아이가 사주는 밥을 얻어 먹는다는 게
너무나 미안했지요.)
가격표를 보니 1인분에 8천원. 적어도 4인분은 시켜야 할텐데...
술 한 병 추가하고 밥 두 공기 추가하면 37,000원.
자꾸 돈만 세고 있습니다.
일단 2인분을 시켰습니다.
선생님, 많이 드세요.
점심을 늦게 먹었더니 아직도 배가 빙빙하네. 너나 많이 먹어.
전 배불러요. 많이 먹었어요. 진짜 배불러요.
현수는 자신의 배를 두들겨가며 진짜로 배가 부른 것처럼 너스레를 떱니다.
고기 댓근이야 게눈 감추듯 먹을 아이인데...
현수야, 내가 사 줄게. 편하게 먹어.
아니예요. 저요, 계속 아르바이트 해서 돈 많이 모았단 말이예요.
목이 멥니다. 그날, 저와 현수는 고기 2인분을 다 먹지 못했습니다.
현수를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때.
성당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였습니다. http://blog.daum.net/2losaria/15946541
참 괜찮아 보이는 아이인데 들쭉날쭉 나왔습니다. 어쩐 일인가 싶어 아이를 붙잡고 물었지요.
"집에 동생이 있어요. 동생은 매일 게임만 해요."
엄마는 공장에 다닌다고 했습니다.
현수는 게임에 빠져 있는 동생을 두고 혼자만 성당에 나올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수가 처해 있는 상황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암으로 투병중이던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 엄마 혼자 두 아들을 키웠습니다.
쌀이 떨어져 1주일 내내 라면만 먹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를 학원으로 연결시켰습니다.
큰 아이는 공부를 곧잘 했고 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공부와는 이미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게임만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두 아이 모두 무상으로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큰아이는 6년, 작은 아이는 5년을 공짜로 공부했습니다. 세상엔 그렇게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공짜라고, 혹시나 눈치를 줄까봐 시험 때가 되면 두 아이 간식과 선생님들 간식을 싸들고
학원을 찾았습니다.
전 아이들이 공부하는 방 창문으로 수업하는 광경을 엿보기도 하고
담당 선생님이나 원장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명절이면 선물을 싸들고 학원을 방문했습니다.
현수네 형제, 구박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컸습니다.
아이들은 한 번도 나를 속상하게 한 적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홀어머니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했습니다.
명문대는 아니지만 두 아이 모두 대학도 잘 갔습니다.
현수는 제대 후 복학하여 지금 2학년입니다.
동생은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휴학한 다음 이번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현수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저 군대가요. 가기 전에 선생님 밥 사드리고 싶어요."
즈이 형에게서 배운 모양입니다.
오늘은 현수 동생이 입대하는 날입니다.
군 생활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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